[Q-fitter's News] 혁신신약 Quick-Win 전략 III "신약개발의 설계도" [2019.12.10]

관리자
16 Dec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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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훈 가톨릭의대 교수·김동규 연세의대 교수

[기고]TPP 충족 물질 선정, in vitro-in vivo 평가계획, 임상시험 수행방법론, 규제기관과 소통전략 등 핵심내용



신약의 도착지 - 목표제품특성

앞선 글에서 신약 개발을 '도착지가 정해진 여정'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가끔 TV를 보면 도자기 장인들이 완성된 도자기를 깨부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멀쩡한 도자기인데 장인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를 가차 없이 망치로 내리칩니다. 본인이 목표로 한 완성도를 가지지 못했기에, 그리고 그러한 결과물이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가면 명성에 흠이 되기 때문에 아깝지만 이를 부수어 없애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약 개발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로 내가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 가져야 할 필수 요건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약 개발을 시작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목표제품특성(Target Product Profile, TPP)입니다. 모든 신약 개발 과정은 각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에 근거하여 개발 대상 의약품이 이 TPP를 충족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절차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 시점에 개발 중인 후보 물질이 도저히 TPP라는 도착지에 이를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도자기를 깨는 장인처럼 최대한 빨리 개발을 중단하여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원을 새로운 후보 물질에 투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제품특성의 첫 번째 사항 - 적응증

여러 문헌을 참고하면, TPP는 '경쟁 제품이나 기존 제품과 비교하여 분석한 개발 대상 제품의 잠재성에 대한 상세 사항'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TPP 결정 시 먼저 평가해야 하는 것은 내 제품이 아니라 경쟁 제품 또는 기존 제품인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내 후보물질의 경쟁 제품 또는 기존 제품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1차 조건은 대상 질환(적응증, indication)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러한 대상 질환의 병태생리학을 구성하는 생체 물질 중 어느 것을 target으로 할 것인가입니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자면 약품 계열(drug class)을 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여건 상 국내 제약사들이 단독으로 질환을 탐색하고 연구하여 이를 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쩌면 개발 과정 자체만큼이나 연구비가 많이 드는 기초 연구가 필요할 수 있는데, 그렇게 나온 지식이 개발사의 독점 자산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수준에서 현재 개발 트렌드는 무엇이고, 왜 그런가? 해당 질환에 어떠한 미충족수요가 있는가? 나는 어떤 개발 경쟁력과 얼마만큼의 자본을 가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각 개발사가 처한 여건에 맞는 대상 질환과 target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질환 또는 target에 대해 타 제약사가 개발 중인 물질을 경쟁 제품으로, 해당 질환에 대한 1차 선택약을 기존 제품으로 하여 개발을 수행하게 됩니다. 다만, 실패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지 않은 국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경쟁이 비교적 적거나 기존 치료법의 만족도가 낮은 (의료적 미충족 수요에 해당) 질환 또는 target을 선정하는 것이 국내사에게는 보다 유리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환자 선택 표지자(patient-selection biomarker)의 발달과 함께 적응증과 목표환자군(target population)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경향이 있음으로, 이를 고려하여 동반진단의 개발 여부 역시 이 단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병원과의 협력을 통한 질환 전문가(임상진료의사) 및 환자 의견 반영, 전자의무기록 등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bioinformatics적인 접근 역시 대상 환자군 결정을 위한 좋은 방법으로 추천될 수 있겠습니다.

적응증 이후의 고려 사항들

적응증 또는 목표환자군이 결정되었다면, 해당 질환 또는 환자군에서 현재의 최우선 이슈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best-in-class drug)으로써 신약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치료법이 있는 질환에 대해 1) 효능 증대, 2) 안전성 개선, 또는 3) 사용 편리성 증진 중 하나를 목표로 하여 개발을 추진하게 됩니다. 때로는 두 개 이상의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에 해당 적응증에 대한 치료법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목표들은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하며, 확증적 임상시험(confirmatory trial)에서 어떠한 endpoint를 이용하고, 어떤 통계 분석(우월성/비열등성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가까지 사전에 고려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결정해 두어야 합니다. 신약 개발은 궁극적으로 신약이 이러한 성능을 보일 수 있는가를 단계적으로 탐색해 나가는 단계이므로, 이러한 성능이 결정되었다면, 비임상-임상에 걸쳐 어떤 항목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것인가 역시 이 단계에 한꺼번에 결정되어야 하는 사항이라 하겠습니다.

즉, 목표 성능과 이에 대한 평가 계획이 본격적인 데이터 생성 이전에 확립되어야 시간과 비용의 낭비 없이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약 개발의 설계도라 하겠습니다. 과거에는 각 단계 별로 데이터 생성 - 해석 - 다음 단계 계획 과정이 이루어지다 보니 각 단계 간 시간 지연이 많이 발생하고 이것이 생산성의 저하로 연결되었습니다. 다양한 데이터 생성 방법론, 예상되는 결과, 그에 따른 단계 별 연계 전략 등은 실제 데이터 생성 이전에도 충분히 계획할 수 있는 사항들이므로,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개발 초기에 다학제적 전문가의 참여와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는 절대 불가능한 사항이 아니라 판단됩니다.

결국 개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Go / No-go decision은 인체에서의 Proof-of-Concept (PoC) 수준에서 이루어지므로, discovery에서 PoC까지 1) TPP를 충족할 가장 높은 물질을 선정하는 기준, 2) in vitro-in vivo 평가 방법 및 결과 해석 계획, 3) 임상으로의 translation과 임상시험 수행 방법론, 4) 임상시험 결과 해석과 규제 기관과의 소통 전략 등이 개발 설계도의 핵심적 내용이 될 것입니다. 다음의 참고문헌에서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Wagner J et al. A dynamic map for learning, communicating, navigating and improving therapeutic development. Nat Rev Drug Discov. 2018;17(2):150.)

개발 설계도의 의미

TPP와 이에 따른 개발 계획 전반을 잘 수립한다면 효과적인 개발 수행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직접적인 개발 비용과 기간 및 개발 완료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추정 가능해지므로, 신약의 licensing-out 전략이나 시판 시 약가 등을 책정하는 기본 자료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해당 신약을 개발했을 때 비용 대비 이익을 산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개발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함으로써, 경쟁 제품이나 기존 제품과 뚜렷이 구별되는 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추가할 수 있으며, 신속한 허가 전략 또는 독점 시판 전략 등을 추가로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다 많은 근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규제기관은 물론 투자자 등과의 의사 소통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개발 계획을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규제기관이 가진 우려나 요청사항들을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의사소통의 오류로부터 발생하는 불필요한 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TPP 관련 가이던스 등을 통해 그 활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https://www.fda.gov/regulatory-information/search-fda-guidance-documents/target-product-profile-strategic-development-process-tool). 보다 명확한 계획을 가진 회사가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통해 투자를 원활히 유치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실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한 다국적 CRO에서 공개하고 있는 TPP 작성 예시를 공유하니 업무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https://www.covance.com/content/dam/covance/pdf/Drug-Target-Profile-Template-Fillable-Web.pdf).

한승훈 가톨릭의대 교수·김동규 연세의대 교수 opinion@bi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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